#101 진지한 낚시
지난 주말에 몇 분의 지인과 함께 덕풍으로 봄맞이 계류 출조를 다녀왔다.
오가며 사연도 많고 즐거운 일도 많은 낚시여행이었지만,
그 분들과의 멋진 기억은 가슴에 남기기로 하고,
역시 늘 그렇듯 혼자 다녀온 듯, 몇 가지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.
사실 늘 좋은 시절에만 다녀온 덕풍이기에
이번에도 그져 그럭저럭 몇 마리의 고기를 만나 보고 오려니 했건만
정작 낚시대를 접을 무렵 나는 꽝이었다.
산천어라는 녀석들이 그리 만만한 고기는 아님이 분명하지만
몇 번의 출조로 역시 먹고 살기 급한 녀석들이라 얼렁뚱땅 놀려 먹기엔 별 문제 없으리라고
느긋하게 생각한 게 문제일까?
동행하신 웬만한 경력의 낚시선배께서도 몇 마리의 얼굴을 보셨고,
또 한 분은 초행이지만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으며 조과를 이루셨다.
반면에 나는 이 놈을 매어서 쓰다가 다시 저 놈을 매어서 쓰다가, 새 훅을 테스트 해본다고 하다가,
막판에는 에라! 프리젠테이션 연습이나 하자고 빈 물에서 놀다가 낚시를 접었다.
오랜만에 찾은 계류이긴 하지만,
작년 겨울의 조행처럼 고기가 보이지 않는 물에서의 낚시는 여전히 모호했다.
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머리도 굴려 뒀지만, 조각 조각들이 나눠 있을 뿐
하나로 엮어지지 않은 단편으로는 아직까지 턱없이 부족하고,
막상 물에 들어서자 나의 "낚으면 낚고 말면 말지" 라는 식의
제멋대로 낚시가 되어 버린 듯 하다.
원래 그 개념은 그게 아닌 듯 한데, 괜히 고기 욕심 없는 척 해버리는 엉터리 낚시가 된 것 같다.
아무래도 다시 진지한 낚시가 되어야 할 듯....
그렇다고 다시 기를 쓰고 고기를 쫓는 어탐형 낚시꾼이 되기는 싫고....
둘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내 낚시는 여전히 어린 모습이다.
아니면 아직도 꽝에 연연하는 덜 자란 낚시꾼이기 때문일지도....
처음 낚시대를 쥐었을 때 느꼈던 소중한 한 마리에 대한 상념은 어디로 간 걸까?
오늘은 고기 한 마리 괴롭히지 않았으니 그것도 흐뭇한 일이군 하고 접는 걸로 충분한 걸까?
처음으로 느껴 보는 "내 맘대로 낚시"의 오류라서 오히려 반갑기도 하지만,
깊이를 위해서는 겪어야 할 또 하나의 단계일테지.
아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후회 없는 낚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조용히 우겨 본다.
낚시도 놀이라지만 난 다만 놀다 왔을 뿐이고,
새로 배운 게 없다던지, 외운 걸 적용해 본다던지 하는 나름대로의 남는 공부가 없었기 때문일 것 같다.
알고보니, 이런 욕심쟁이....-_-;
한적한 계류에서 맘껏 낚시대를 놀리고,
봄 바람을 코구멍 가득히 넣구 왔으면 충분할텐데도 말이다.
생각해보니 몇가지 얻은 것도 있다.
처음으로 캐스팅에 의한 프리젠테이션이라는 개념을 머리에 잡구 왔군.
강풍에 밀리는 걸 피해 백핸드 파워 리치캐스팅으로 급류 속으로 라인을 밀어 넣고,
다시 멘딩을 통한 데드 드리프트의 연장....,
처음 해본 내가 신기해서 몇 번이고 연습을 해봤다....^^;
또하나, 부유하지 않는 계류에서의 이른 봄, 수온상승 직전의 수서곤충 분포
그리고 이러한 이론으로 중무장된 쓸데 없는 조각들(?)과 상관없는
결정적으로 저수온기에 산천어가 뭐하고 있는지 상황 이해...-_-;
뭐 경험이 짧디 짧은 나는 부지런히 낚시나 더 다녀야 될 것 같다.
머리와 말로 나를 가리고, 내 마음을 가리지 말고,
보다 더 진지하게....
그런데 정말 진지한 게 뭔지 알기나 하나?
너만큼 소중한 게 물고기이고, 넌 그 물고기 괴롭히러 다니는 중이다. 마르코야....!